[글마당] 열대 비
하늘을 가르는 번개가 꽂히고 나면 우르렁거리는 우레가 따라온다 정신 나게 시원한 빗소리가 우리 삶에 꼭 있어야 할 브레이크를 건다 땅은 이미 강물이 되었고 발목이 담긴 채로 걷는다 품 안에 잠든 아기는 아무도 깨우지 않는다 빗줄기 소리는 자연의 백색소음이다 하나하나 흩어져 있던 섬들을 하나로 만드는 비법을 모아서 한줄기 물줄기로 흘러간다 품속 아기 다시 엄마와 하나가 된다 세상이 모두 빗물로 하나가 된 거 맞지 하늘을 날다가 세상 꼭대기에 앉은 배 야자수가 너울대는 물을 품은 낙원이 되었다 그 옛날 40일 장마와 어둔세상에 희망을 품고 올라앉았던 노아의 방주가 되고 싶었을까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길이 세상을 하나로 이어줄 때 팬데믹의 고통이 사라진다. 최양숙 / 시인·웨스트체스터글마당 품속 아기 한줄기 물줄기 빗줄기 소리